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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회계

20190903 [직장인이여 회계하라] 기업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는지 알아보는 방법 - 활동성 지표에 대한 분석과 오해

by 핀비즈 2019. 10. 16.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180] 필자는 주말 아침 커피숍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커피 한 잔과 함께 카페에서 책도 보고, 노트북으로 간단한 업무를 처리한다. 가끔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필자와 같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필자와 같은 사람을 일컬어 '카공족' '코피스족'이라고 한다. 카공족은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의 줄임말이고, 코피스족은 커피(coffee)와 오피스(office)의 합성어로 카페에서 업무보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한다. 주로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가는데 이곳들은 친절하게 콘센트도 설치하고 혼자 앉기 편하게 일렬로 긴 의자를 배치해 놓은 곳도 있다. 하지만 좌석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동네 커피숍의 경우 필자와 같은 손님은 환영만 할 수는 없는 존재이다. 좌석의 회전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커피숍의 좌석 회전율은 매출과 직결된 요소 중 한 가지이다.

커피숍의 좌석 회전율 사례처럼 기업에서도 회전율을 측정하면 얼마나 효율적으로 기업이 운영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회전율을 분석하는 것을 다른 말로 기업의 활동성 비율을 측정해 본다고 한다. 재무제표를 분석할 때 많이 쓰이는 활동성 분석 항목은 1.매출채권 회전율, 2.재고자산 회전율, 3.매입채무 회전율이다.

그렇다면 회전율을 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공식 외우고 그런 것이 매우 번거롭고 수고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공식은 외우는 것이 편할 때가 있다. 회전율 구하는 공식은 너무 외우기가 쉬워서 그냥 직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매출채권 회전율이라면 회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된다. 자동차가 가려면 바퀴가 굴러야 한다. 그렇다면 바퀴는 어디에 달려 있을까? 바퀴는 자동차의 아래쪽에 있다. 따라서 매출채권이 회전하려면 어디에 달려 있으면 될까? 바로 아래에 달려 있으면 된다. 그러므로 매출채권이 분모에 오면 되는 것이고, 분자에는 손익계산서의 매출(매출채권이 발생하게 된 원인)금액을 놓으면 바로 회전율을 구할 수 있다.

재고자산 회전율과 매입채무 회전율도 같은 방식으로 구해볼 수 있다. 아래 공식의 회전율이 높을수록 회사의 영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활동성 분석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은 독자들은 필자가 공저한 책을 보아도 좋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한 설명보다는 많이 오해하고 있는 항목에 대해 설명해 보려고 한다. 필자가 공저한 책에 대해서 몇 번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위의 공식을 보고 재고자산회전율의 분자에 오는 항목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재고자산 회전율의 분자가 매출원가가 아니라 매출액이라는 것이다.

회전율의 분자는 회전율을 구하려는 항목과 연관된 금액이 오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재고자산 회전율을 구할 때 재고자산에 대응하는 손익항목은 매출이 아니라 매출원가이다. 따라서 분자에 오는 항목은 매출원가가 오는 것이 합리적이다. 간단한 사례를 들어보면 이해가 쉽다.

(주)공주는 1월 1일에 재고자산 1개가 1000원이 있었고, 7월 1일에 이것을 2000원에 팔았다. 그리고 12월 31일에 1000원짜리 재고 한 개를 샀다.

이 사례를 통해 재고자산 회전율을 구해보자. 회사의 매출액은 2000원이다. 한 개를 팔았으므로 매출원가는 1000원이 된다. 평균재고자산은 기초재고와 기말재고자산의 평균 금액이므로 (1000+1000)/2=1000원이 된다. 이제 회전율을 구해보자.

1)매출액을 분자로 회전율을 구하면 2000원/1000원 = 2

2)매출원가를 분자로 회전율을 구하면 1000원/1000원 = 1

직관적으로 1년 동안 1개 있던 재고를 1개 판매했으므로 재고자산 회전율은 1이다. 그러나 매출액으로 회전율을 구할 경우 이익이 포함됨으로써 회전율이 실제보다 높은 2로 표시된다. 매입채무 회전율도 마찬가지인데 매입액 또는 매출원가가 오는 것이 합리적이다.

독자들이 왜 이런 질문을 할까 고민했는데 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데 있었다.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재무자료들이 매출액을 분자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해당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매출액과 매출원가 차이가 작아 이익률이 낮은 기업은 얼추 비슷할 수 있지만 정확한 숫자는 아니다. 정보이용자들이 일일이 계산해야 할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정도로 의의를 두면 될 듯하다.

회전율 분석은 일정 시점의 정확한 숫자를 산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간별 또는 동종 업종과 비교해 보는 것이다. 따라서 활동성 비율을 이해하고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재무자료를 해석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재홍 회계사]

※공주사대부고를 거쳐 한양대 경영학부를 졸업했습니다. 한국공인회계사와 세무사 자격이 있습니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과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를 거쳐 현재는 삼덕회계법인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100여 개 기업에 대해 회계감사와 실사, 가치평가를 진행했으며 기업 상속 등 다수 중소기업 택스 플랜을 수립하기도 했습니다. 재무실사와 기업가치 평가, 중소기업·개인 고객을 위한 세무 자문이 전문 분야입니다. 저서로는 회계를 알기 쉽게 설명한 책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와 '이것이 실전회계다'(공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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