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4 [직장인이여 회계하라] 아프리카 돼지 열병 관련주 투자에 앞서 실적 확인을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183] 경기도 파주와 연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서 관련주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ASF는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으로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에서는 동물 백신 및 구제역 방역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또한 돼지고기 공급 감소로 인해 닭고기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닭고기 관련기업들의 주가도 많이 올랐다.

과연 돼지 관련 전염병이 창궐하면 이런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질까. 과거로 가보자.

2010년 11월 구제역이 시작돼 약 5달 동안 전국을 휩쓴 적이 있다. 300만마리 넘는 돼지가 살처분되었고 밤낮 없이 매몰과 방역 작업을 하던 공무원과 군인들도 많이 희생됐다.

그 당시에도 역시 냉정한 주식 시장은 관련주 찾기에 골몰했고, 실제 주가도 급등락을 반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급등했던 주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 이후에도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신고 뉴스만 나오면 주식 시장에서는 항상 관련주의 주가가 출렁였다.

동물약품을 제조·판매하는 이글벳은 매출액이 2010년 162억원, 2011년 159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 매출액 136억원보다 약 2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같은 업계에 속한 우진비앤지 역시 2010년 매출액 192억원, 2011년 181억원으로 2009년 매출액 173억원 대비 약 11% 증가했다. 방역과 예방이 중요하므로 동물약품의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실적도 역시 그렇게 나왔다. 단 작은 국내 시장에서 많은 기업들이 경쟁하다 보니 매출 증가 폭이 주가가 폭등했던 것만큼 나오지는 않았다.

과거에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하면 오리고·닭고기를 멀리하고, 구제역이 발생하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게 당연시되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열에 약하고 일정 시간 고기를 충분히 익혀서 먹으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게 알려지면서 이제는 가축전염병이 돌아도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계육생산 전문기업인 체리부로는 2010년과 2011년 매출액이 각각 2084억원, 2169억원으로 2009년 매출액 2028억원 대비 변동이 크지 않았다. 오히려 2012년 매출액이 2577억원으로 크게 증가한 게 특이하다. 그해는 런던올림픽이 열렸고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개최한 올림픽 중 최고 성적인 종합 5위를 기록했었다. 교촌치킨 프랜차이즈 유통업을 영위하는 비상장기업 교촌에프앤비의 과거 4년간 매출 실적을 봐도 마찬가지다.

구제역이 한창이던 2010년과 2011년 매출액은 2009년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었고 올림픽이 열리던 그 다음해의 매출액이 많이 늘었다.

그런데 이제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열려도 치킨업계의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지 않는다. 평창동계올림픽과 러시아월드컵이 열린 2018년 체리부로의 매출액은 오히려 감소했고, 마니커와 교촌에프앤비의 2018년 매출액은 2017년 대비 증가 폭이 5% 내외였다.

사고나 이벤트로 인해 특정 업종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실제 실적까지 이어진다면 주식 시장에서 기업가치의 한 단계 상향도 가능하다. 그러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주식은 예전에도 그랬듯이 주가가 오르다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갈 수 있다. 주식 투자에서 주가의 상승과 하락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의 주의를 요한다.

ASF 같은 큰 사건이 발생할 때 수혜 종목을 찾는 투자자라면 과거 실적부터 체크해 보는 게 좋다. 우리에게는 1998년부터 올해까지 약 20년간 기업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전자공시시스템(DART)이 있다.

[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

※박동흠 회계사는 삼정회계법인을 거쳐 지금은 현대회계법인에서 근무하는 15년 차 회계사이며 왕성하게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개인투자자입니다. 회계사 업무뿐 아니라 투자 블로그 운영, 책 저술, 강의, 칼럼 기고 같은 일을 하면서 투자를 위한 회계 교육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박 회계사의 재무제표 분석법' '박 회계사처럼 공모주 투자하기' '박 회계사의 사업보고서 분석법' '박 회계사의 재무제표로 보는 업종별 투자전략'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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